노인이 되어도 은퇴 후 일자리를 구해야만 하는 이유

청년 실업, 경제 불황 등 중요한 문제에 밀려 논의가 부족한 노인 일자리 문제. 왜 나이가 들어도, 은퇴를 해도 일을 해야 할까요? 왜 복지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 걸까요? 우리나라보다 고령화가 빠른 일본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Nov 16, 2023
노인이 되어도 은퇴 후 일자리를 구해야만 하는 이유
"요즘 경기가 안 좋아서, 취업이 너무 힘들대."
이런 이야기 최근에 많이 듣곤 하시지 않나요? 제 주변에도 취준생들의 앓는 소리가 들려오곤 하는데요.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 너무 너무 중요합니다. 그런데 혹시 노인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 있으신가요?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노인 인구수는 950만명입니다. 그 중 일자리를 희망하는 노인은 약 212만명이에요. 현재 노인 일자리 수가 88만개라는 걸 감안하면 일자리 수요의 약 41.5%만 충족하고 있는 셈이죠.
이거 얼마나 심각한 문제냐고요?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50년 기준으로 생산가능인구(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연령) 14~64세 중 65세 이상 고령층이 약 40%에 달한다고 합니다. 즉, 우리나라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 중 약 절반이 노인인 거죠. 국가적인 차원에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어요.
"국가 차원에서 문제인 건 알겠는데, 나랑은 무슨 상관이야? 나는 은퇴하면 편하게 여가 생활 즐기며 살고 싶어."
혹시 지금 이렇게 생각하고 계시나요?
정말 순수하게 '일'을 하고 싶어서 일하는 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솔직하게 경제적인 이유를 빼놓을 수는 없을 거에요. 나이가 들고도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아마 앞으로는 점점 더 그렇게 될지도 몰라요.

1. 나이가 들어도 일을 해야 해, 소득 크레바스

출처 네이버 지질학백과
출처 네이버 지질학백과
'크레바스', 들어보셨나요? 빙하가 흘러내릴 때 깨져서 발생하는 틈을 말하는데요. 갑자기 웬 지질학이냐고요?
우리나라는 60세 정년이 법제화되어 있어요. 물론 계약 형태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모두가 60세에 정년 퇴직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공무원, 공기업은 비교적 잘 지켜지지만 사기업에서는 40~50대에 은퇴하는 경우가 많죠. 어쨌든 끝까지 일을 한다 치면, 60세에 은퇴를 하는 거에요.
그런데 연금 수령이 가능한 나이는 65세부터에요. 그럼 자연스럽게 문제가 생기겠죠? 은퇴 후 연금을 받기 전까지 60세~65세 약 5년은 수입이 전혀 없어요. 심지어 일반 기업은 대부분 40~50대에 은퇴한다고 했잖아요. 소득이 없는 기간이 훨씬 길어지겠죠. 이 기간을 '소득 크레바스' 혹은 '연금 크레바스' 등으로 불러요. 마치 갈라진 빙하 틈처럼, 수입이 없는 틈이 생긴 거에요.
"일찍 은퇴해서 다른 일자리를 찾고 일하다가 5년 정도는 버티면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국민연금은 갈수록 고갈된다고 하죠.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55년에 소진 예정이에요. 그래서 국민연금 수령 시기를 늦추거나 액수를 줄여야 한다, 또는 더 걷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요. 지난 10월 발표했던 연금개혁안 중에는 보험료 인상과 수령 시기를 늦춘다는 방향성이 제시되기도 했어요. 65세로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죠.

2. 노인 일자리가 부족해,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할까?

출처 한국일보
출처 한국일보
 
노인 일자리의 현황과 필요성 이야기를 했으니 해결방안이 나와야겠죠? 사실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전례없는 상황인지라 명확한 돌파구를 찾기가 참 어려워요. 그래서 우리나라보다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한 일본의 모델을 한 번 살펴볼까 해요.
일본은 정년 이후에도 일을 할 수 있는 정책을 도입하고 있어요. 기업에게 다음 3가지 선택권을 주는데요.
  1. 계약사원으로 재고용(임금 50~60% 감소)
  1. 65세로 정년 연장
  1. 정년 폐지
기업 입장에서 어떤 선지가 더 좋을까요? 대부분이 1번이겠죠. 2006년부터 3년마다 1세씩 정년을 단계적으로 연장하여 2025년에는 65세 정년으로 의무화가 될 예정이에요. 그렇게 되면 일본은 65세에 정년과 연금 수령이 모두 이루어지기 때문에 소득 크레바스가 사라지게 되죠. 이러한 정년연장은 일본 기업 입장에서도 이득이 되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사회적인 합의에 도달한 결과라고 볼 수 있어요.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해서 나이가 들수록 임금을 줄일 수가 있거든요. 이를 벤치마킹해서 우리나라에도 일부 도입되었었지만, 정년 보장이나 청년 고용에 딱히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고 하네요.
물론 일본이라고 고령화 관련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에요. 고령층 부양 부담이 커지면서 소득에서 세금과 사회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47%나 되거든요. 그래서 비혼주의가 퍼지고, 출산율이 떨어지고, 고령화는 계속되는 악순환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3. 노인 일자리가 절실해, 복지만으로 부족한 현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39.3%로, OECD 회원국 1위에 달해요. 전체 파산 신청자 10명 중 4명은 60세 이상이고요. 2022년 우리나라 의료급여 지출이 처음으로 10조원이 넘었는데 의료급여를 받은 사람들 중 41.1%가 65세 이상이었어요. 차지하는 액수는 10조원 중 5조 2610억원이니 우리나라 의료급여의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층에게 쓰이고 있고요.
고령층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거고, 당연히 복지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어요. 이건 우리의 선택의 영역이 아니죠. 아픈 국민을 돌보는 건 국가의 책임이니까요. 그렇다면 복지를 줄이지 않으면서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은 '노인일자리'일 거에요.
"정부 정책으로 한계가 있다면, 비즈니스에서 노인 빈곤 문제를 풀어볼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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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너무나 중요한 문제, 노인 일자리.
우선순위에 밀려 논의가 부족한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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