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의 폐지 수집 노인 지원 대책 발표 - 더 가난한, 덜 건강한 이들
2024년 유독 '폐지 수집 노인'에 대한 보도가 쏟아집니다. 보건복지부에서 이들에 대한 조사 결과와 지원 대책의 방향성을 발표했기 때문인데요. 현황과 앞으로의 방향성을 정리해드립니다.
Jan 04, 2024
*본 게시물은 언론 보도와 보건복지부의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사진 출처 시사 IN
새해를 맞아 핫한 이슈들이 몇 가지 있죠. 그 중 하나인 '노인 일자리'를 눈여겨 보고 있었는데요. 최근 유독 "폐지 줍는 노인" 또는 "폐지 수집 노인"이란 표현이 언론에서 많이 다루어졌거든요. 그 배경을 살펴보고, 노인 빈곤과 노인 일자리 현황에 대한 동향을 알아보려 합니다.
폐지 수집 노인 실태조사
언론 보도가 최근 들어 많이 나온 이유는 간단합니다. 정부에서 무언가 발표했기 때문이죠. 지난 12월 28일, 보건복지부에서 '2023년 폐지 수집 노인 실태조사'를 발표했고 2024년 정책 방향성까지 제시했습니다. 그 전에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연구와 같이 폐지 수집 노인에 대한 연구는 존재했지만, 정부 차원에서 조사가 의뢰된 것은 처음이었는데요. 해당 연구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봤어요. 조사 결과 폐지 수집 노인의 수는 약 42,000명이라고 하네요.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조사 기관: 한국노인인력개발원
- 조사 기간: 2023년 6월~2023년 12월
- 조사 대상: 폐지 수집 노인 1,035명 및 전국 폐지 납품 고물상 105개
- 조사 방법: 일대일 대면 면접법
1. 평균 연령 76세, 생계 유지 위해서 - 폐지 수집 노인 현황
폐지 수집 노인의 평균 연령은 76세로, 평균 은퇴 연령이 72.3세임을 고려할 때 고령에도 불구하고 경제활동을 하고 있으며, 그 목적은 절반 이상이 생계비 마련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폐지 수집을 앞으로도 할 거란 생각은 대부분이지만 폐지 단가가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 큰 문제로 작용하고 있네요. 물가는 상승하는데, 폐지 단가는 오히려 떨어지는 실정이니까요.
*폐지(골판지): (’10년) 161원 → (’17년) 144원→ (’22년) 84원→ (’23년) 74원 (환경통계정보 매년 11월 말 기준, 한국환경공단)
폐지 수집 노인 연령: 80세 이상(30.4%), 75-79세(27.4%), 70-74세(24.7%), 65-69세(17.4%)
폐지 수집 목적: 생계비 마련(54.8%), 용돈 필요(29.3%), 건강 관리(9.1%)
폐지 수집 시작 동기: 타 직종 구직 곤란(39.9%), 현금 선호(29.7%), 자유로운 활동(16.1%)
향후 폐지 수집 지속 의향: 있음(88.8%)
애로사항: 폐지 단가 하락(81.6%), 폐지수집 경쟁 심화(51%), 날씨(23%)
2. 소득은 전체 노인의 절반 수준 - 경제적 상태와 근로 의욕
경제적 상태는 심각했습니다. 하루 5시간 주 6일을 일하는데 월 수입이 16만원 수준이에요. 최저시급이 9,620원인데 폐지 수집 노인은 시간당 1,226원을 버는 셈이죠. 개인 소득과 가구 소득 모두 전체 노인과 비교했을 때 절반 수준이었습니다.
노인일자리 사업에 대해서는 대부분 인지하고 있지만 절반 정도만 참여 의향이 있다고 답했어요. 참여율은 매우 저조했고요. 인지는 하는데 내키지는 않는다는 것인데, 제 생각이지만 노인일자리 사업의 이미지가 썩 좋지 않은 것 같네요.
평균 폐지 수집 시간: 일 5.4시간, 주 평균 6일 활동
평균 수입: 월 15.9만원(시간당 1,226원)
평균 개인 소득: 월 74.2만원 (전체 노인의 월 평균 개인 소득 129.8만원의 57% 수준)
평균 가구 소득: 월 113.5만원 (전체 노인의 원 평균 가구 소득 252.2만원의 45% 수준)
폐지 수집 노인의 수입원: 기초연금(49.9%), 폐지수집 활동 (15%), 공적연금(13.9%)
노인일자리 사업 참여 의향: 47.3%
*미 희망 사유: 폐지 수집에 익숙(37.9%), 현금 수입 선호(14.8%), 혼자 일하기 선호(12.6%)
노인일자리 사업 참여율: 9%
노인일자리 사업 인지: 79%
3. 덜 건강하고 더 우울하고 - 건강 상태와 희망 지원 조사 결과
건강 상태도 전체 노인 평균에 비하면 폐지 수집 노인이 훨씬 안 좋았어요. 전체 노인보다 건강하다고 답하는 사람은 적고, 건강하지 않다고 답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우울을 호소하는 비율도 전체 노인보다 많았고 삶의 만족도는 낮았습니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모두 힘든 분들이 더 많은 거겠죠. 당연하겠지만 대부분이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부상: 경험 22%, 교통사고 경험 6.3%
주관적 건강: 건강하지 않다 32.7%, 건강하다 21.4% (전체 노인 56.9%가 '건강하다', 14.7%가 '건강하지 않다' 응답)
우울 증상 보유: 39.4%, (전체 노인 13.5%에 비해 3배)
삶의 만족도: 만족한다 13%, (전체 노인 25%의 절반 수준)
희망 지원: 경제적 지원 85.3%, 식료품 36.9%, 생활용품 26.9%, 일자리 18.6%,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 12.6%
폐지 수집 노인 지원 대책
얼마나 심각하고 열악한 상황인지 파악을 했으니, 대책을 마련해야겠죠.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주요 지원 대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폐지 수집 노인 전수 조사 & 노인 일자리 사업과의 연계
전국의 고물상과 연계해 2024년 1월부터 각 지자체에서 전국의 폐지 수집 노인을 전수 조사하고, 이를 통해 명단을 마련해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고령으로 인해 건강이 염려되는 경우 공익활동형 일자리 참여를 장려하고, 근로 능력이 높은 경우 더 많은 소득이 보장되는 사회서비스형 일자리 또는 민간형 일자리로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유형 | 특징 |
공익활동형 | 지역사회 공익을 위한 사회참여 활동으로,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만 참여가 가능.
e.g. 학교급식 지원봉사, 초등학교 등굣길 교통 도우미, 환경미화 등 |
사회서비스형 | 경력과 역량을 활용해 사회적으로 필요한 영역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65세 이상 누구나 참여가 가능.
e.g. 교육시설학습 보조 지원, 공공행정 업무지원, 노인 맞춤 돌봄서비스 |
민간형 |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 업체와 연결된 일자리로, ① 시장형 사업단 ② 취업 알선형 ③ 시니어 인턴십 ④ 고령차 친화기업 유형으로 나뉘고 최저임금을 지키며 근로계약을 맺게 됨. 60세 이상 참여 가능 |
현재 88만 3000개인 노인 일자리를 약 14만 개 더 창출해 2024년 총 103만 개로 늘었으며, 일자리 단가는 2018년 이후 처음으로 7% 인상해 공익활동형은 월 29만원, 사회서비스형은 월 76만원을 벌 수 있도록 한다고 합니다. 폐지를 계속 줍고 싶어한다면 민간형 일자리 중 '① 시장형 사업단'에 해당하는 '자원 재활용 시장형 사업단'에 참여하게 해 계속 폐지수입 활동을 하면서 안전용품을 지원 받고, 상해 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끔 할 예정입니다.
2. 보건복지서비스와의 연계 강화
보건복지서비스와의 연계 강화를 통해 소득 보장과 건강 관리를 지원할 계획이며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지원 정책을 마련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보건복지부에서 폐지수입 노인 지원 표준 조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하네요. 또한 전수 조사를 통해 확보한 명단이 생기면 기초생활보장제도나 기초 연금과 같은 공적 제도에서 누락된 사람들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고, 긴급지원제도와의 연계 등을 통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고령화는 빠른데 노인은 빈곤한 현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은 반가운 소식입니다. 게다가 '폐지 수거 노인'이라고 대상을 확실하게 잡은 것도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유리할 것 같고요. 다만 대책으로 제시된 일자리 연계와 서비스 연계 모두 노인 전수조사와 조례 마련을 통해 체계가 구축이 일단 되어야 실효성이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말해서 시스템이 잡히지 않으면 효과가 없을 것 같단 이야기죠.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것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고요. 빠른 시일 내에 폐지 수거 노인에 대한 지원 체계가 마련되고 질 좋은 일자리가 마련되는 것이 우선일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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